시간과 능력은 부족하지만



(이하의 글은 Chris Crawford의 『The Art of Interaction Design』 Chapter 1, 2를 읽고 든 간략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인터랙션은 무엇일까? 저자의 말처럼 심하게 오남용되고 있는 단어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지금껏 보아 왔던 어떤 글이나 말도 인터랙션의 뜻을 나에게 정확히 전달해주지는 못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상호 작용'이니, 그냥 두 대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인터랙션이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했을 뿐이다. 사실 어느 시대에나 유행을 타면서 매우 광범위하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데나) 사용되는 단어는 존재해 왔기 때문에, 인터랙션의 정확한 개념에 대한 고찰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저자는 인터랙션의 개념을 두 행위자(actor)가 서로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세 가지가 인터랙션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듣기, 생각하기, 말하기가 마치 체인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인터랙션이 통째로 망가진다고 하였다. 가령 대화를 할 때에, 서로 잘 듣고 또한 잘 말한다고 해도 '생각하기'가 존재하지 않는 대화는 서로에게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사실 위쪽의 정의에서 듣기, 생각하기, 말하기가 키워드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내가 좀더 인상적으로 본 것은 바로 '행위자'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반응(reaction)과 인터랙션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벽은 '행위자'가 아니므로 인터랙션을 할 수가 없고, 이 사실을 간과하면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많은 디자인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 글까지 읽고 나니, 내가 지금껏 본 것들 중에 '좋은 인터랙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찾기는 한층 어려워졌다. 두 대상이 모두 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 듣기-생각하기-말하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단히 드문 탓이다. 사실 리딩 자체에는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지만, 좋은 인터랙션의 예시는 찾기가 힘들었다. 아두이노 프로젝트 허브를 비롯한 사이트들에서 프로젝트를 감상하고, 유튜브 검색도 열심히 해서 동영상을 100개쯤 찾아본 것 같은데(혹시 이 정도로는 애초에 못 찾는 게 정상인 걸까..?) '인터랙션'이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거의 없었다. reaction과 interaction의 구분을 중시하다 보니 더욱 그랬다.





보았던 것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동영상을 첨부한다. 이 영상은 프로그램 속 가상의 인간에게 유전자 알고리즘을 통해 0세대부터 22세대(이후에도 실험하였지만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에 걸쳐 그네 타는 법을 학습시키는 영상이다. 비록 이 프로그램은 아주 단순한 유전자 구조(앉는다/일어선다)만을 가지고 있지만, 최초의 개체들은 모두 랜덤한 배치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후 가장 우수했던 유전자들을 바탕으로 세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기기도 한다. 상기한 '듣기-생각하기-말하기'가 좀더 기술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input-process-output'으로 대체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프로그래밍 된 유전자와 번식 방법을 받아, 그것을 통해 세대가 거듭되면서 점차 나은 그네 타기 방식을 배워 나가는 이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와의 '인터랙션'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거다!' 라는 느낌의 영상은 찾지 못했다. 듣기, 생각하기, 말하기가 모두 밸런스 좋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찾기 어려웠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말 '좋은 인터랙션'이라 생각되는 동영상이 나온다면 나중에라도 덧글이나 내용으로 추가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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