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능력은 부족하지만



쇼킹하게 좋은 글이었다. 약간 간단한 TED 강의나 와닿는 단평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간략하고 쉬운 문장으로 뜻을 전달하고 있어서 그랬다. 앞선 과제들에서 읽었던 '좋은 인터랙션'에 대한 것과, 'affordance'의 개념에 대해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Interactive art는 관객과의 '대화'이고, 완성된 작품보다는 하나의 'performance'이다. Crawford의 글을 읽으며 내가 이해했던 인터랙션의 개념은 '두 행위자(actor)가 서로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행위자'의 개념을 내가 잘못, 혹은 너무 좁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좋은 인터랙션'의 예시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것은, 사용자/관객이 해당 Interactive art에 어떤 자극을 주었을 때 해당 작품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그것이 단순한 reaction이 아닌 '사고'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서였다.


지금은 이때의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나, 즉 해당 Interactive art를 만든 사람과 그 사용자/관객이 된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인터랙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그것을 관객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context와 hint를 제공해주는 것까지가 나의 역할일 것이며, 그 이후에 그것을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은 모두 관객들에게 달린 것이다. 관객이 잘 사용하고, 생각하고, 반응을 보이면 그것이 설사 나의 의도와는 조금 다를지라도 잘 들어주면 되겠고. 이제서야 인터랙션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백지상태였다면 첫 문단의 첫 단어를 쓸 수 있을 정도로는 알게 된 것 같다.


'affordance'에 대해서도, 내가 노먼의 글을 처음 읽고 들었던 생각에 조금 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뭔가 손잡이를 당기는 액션을 취하게 하고 싶으면 손잡이를 주고, 만지면 안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하면 쉽게 만질 수 없게 해주어야 하며, 혹은 내가 '만질 수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만져야 하는 것'을 만들고자 한다면 쉽게 닿을 수 없게 하되 '이것을 만져야 한다'는 힌트 정도는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affordance는 쓸데없는 설명(ex. 문의 '당기시오' 사인)이 필요 없을 만큼 명확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알아듣기 쉬워야 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어떤 인터랙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가 만든 인터랙션이 부디 내 말을 명확히 전달하고, 그 말을 들은 관객들이 해주는 말을 잘 듣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인터랙션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니까 놀지 말고 아이디어를 짜내라! 라고 내 안의 부지런한 자아가 말했다)



+) 읽은 뒤에 가장 인상깊다고 생각해서 밑줄 또는 볼드 표시를 해 두었던 세 문장을 첨부한다. 아이데이션 작업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 같다.



If you want them to handle something, give it a handle. If they’re not supposed to touch something, don't make it approachable.


If you’re making interactive artwork, that is the conversation you’re having with the people for whom you make your work.


So if you’re thinking of an interactive artwork, don’t think of it like a finished painting or sculpture.  Think of it more as a performance.